그녀는 생각났다.
그 일은 사실 해프닝이었다.
고백편지는 그녀가 보낸 것이 아니라 당시 룸메이트를 도와준 것이다.
룸메이트는 선배를 짝사랑했지만 부끄러워 고백하지 못했다.
한서연은 그 말을 듣자 참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견우와 직녀 사이의 까치가 되기로 했다.
마침내 그녀는 기회를 찾아 기숙사 건물 아래에서 그 목표 남자를 기다리며 고백편지를 그에게 주었다.
상황을 설명하려고 입을 열자마자 옆에 유난히 소란을 피우는 남자 몇 명이 그의 손에서 편지를 빼앗아 사람들 앞에서 낭독했다.
원래 고백편지는 달콤한 말일 줄 알았는데 메추리처럼 겁이 많은 룸메이트가 고백편지를 이토록 대담하게 쓸 좋은 생각지도 못했다.
첫마디는 이러했다.
[너 바지 지퍼 안 올렸어.]
두 번째 문장은 더 과감했는데 당시 한서연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고백을 받은 그 남자도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해 다급하게 그녀를 미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는 서둘러 편지를
들고 읽던 그 미친 친구들을 쫓아갔다.
결과는 고백편지의 내용이 너무 강해 한서면을 학교에서 뜨겁게 달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은 강민호를 매우 불쾌하게 했다.
비록 한서연이 이미 여러 번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쓴 고백편지도 아니며 이것은 바로 철두철미한 오해라고 설명했지만 강민호는 매우 화가 나 있었다.
결국 그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직접 교장을 이용해 그 선배를 해외로 내보냈고 파견 유학생이라는 명성까지 얻게 했다. 사실 이건 변칙적으로 그를 한서연의 세계를 떠나게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서면은 한동안 양심의 가책을 느낀 적이 있었다.
- 선배가 출국하는 바람에 룸메이트와의 인연의 끈이 아직 닿기도 전에 철저히 끊어졌다. 그렇게 이 커플은 이어지지 못했고 그녀는 이 때문에 강민호와 오랫동안 화를 냈다.
터미널 출구에서 잠시 기다리니 신 선배가 차를 몰고 왔다.
그는 천천히 차를 멈추고 차창을 내렸다.
“선생님, 사모님, 그리고… 한서연, 타.”
지성우와 사모님은 부부이고 금실이 좋아서 자연히 함께 뒷자리에 앉으며 한서면에게 조수석 자리를 남겨주었다.
그녀가 밖에 선 채 움직이지 않자 신 선배가 물었다.
“한서면, 왜 안 타?”
한서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선배 여자친구 있어요?”
제8화
이 질문은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세 사람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