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하린은 네 미래의 새언니야. 네가 존중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강민호, 너 직접 와 볼래?”
‘강민호는 느릿느릿 위층으로 올라왔다가 어수선해진 방안을 보고 한순간 멍해졌다.
하지만 그건 한순간, 곧, 그는 사람이 넘치는 눈빛으로 백하린을 바라보며 아연 실소했다.
“앞으로 우리 침실은 가정부에게 치우게 하자.”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이 내 옷, 특히… 잠옷 치마를 만지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잠옷 치마‘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얼굴에도 빠르게 홍죄가 떠올랐다.
강민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나중에 내가 치울게 넌 그냥 앉아서 쉬어. 알았지?
백하린은 익살스럽게 혀를 홀랑 내밀고 말했다.
“만호 씨, 내가 좀 멍청하죠?”
“괜찮아, 내가 있으니 네가 좀 멍청해도 괜찮아.”
한서연은 눈을 감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렇게 인수인계 기간을 증오한 적이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 이미 바다 건너편으로 날아갔을 것이고, 다시는 지금의 이런 혼란스럽고 역겨운 장면을 겪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한서면, 네가 체크 해봐. 백하린이 너의 옷과 설비를 얼마나 망가뜨렸는지. 나에게 금액을 말해. 내가 너에게 배상할게.”
한서연은 화가 나서 그만 웃어 버렸다.
강민호도 돈으로 일을 해결하려 하다니, 그것도 자기 일을 말이다.
백하린은 일부러 그녀의 팔을 툭 치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서연 씨 좀 많이 말해요. 내가 있는 한 서연 씨가 아무리 많이 말해도 민호 씨가 반드시 줘야 할 거예요.”
강민호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너 벌써 다른 사람 편을 들어? 다른 사람과 함께 네 남편의 지갑을 털리는 거야?”
백하린은 그를 향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나는 서연 씨의 새언니에요. 옛날이면 새언니가 엄마 노릇까지 했어요. 그러니 당연히 서연 씨 편을 들어야죠.”
한서연은 쌀쌀하게 웃었다.
‘다른 사람의 편? 다른 사람. 그래, 이제 그 두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까운 사람이지.그리고 난 이 강씨 집안의 수양딸은
확실히 다른 사람일 뿐이겠지.‘
그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지성우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지성우가 그녀에게 물었다.
“한서연, 네가 전에 찍은 조류의 사진 작품이 아주 좋았던 것을 기억하는데 이쪽 잡지사의 편집장이 한번 보고 싶다. 다시 나에게 필름을 보낼 수 있어?”
“네, 선생님, 잠시만요.”
한서연은 침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전의 필름은 모두 그녀가 작은 서랍에 잠가 보관해 두었다.
그녀는 열쇠를 찾아 자물쇠를 열려고 했지만 서랍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서연 씨, 미안해요. 내가 방금 실수로 커피를 쏟았어요. 그래서 서랍이 더러워질까봐 물로 한 번 씻었어요…”
한서연은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식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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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더는 백하린에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아서 빨리 열쇠 자물쇠를 열었다.
서랍을 열자 그녀의 불안한 마음은 마침내 완전히 죽었다.
줄지어 정리된 필름이 모두 물에 잠겼다. 어떤 것은 이미 흩어졌고 어떤 것은 이미 색이 변했으며 더욱 많은 것들은 마구 뒤엉겨 물마저 갈색으로 되었다.
이건 지난 3년여 동안의 모든 촬영 작품의 필름인데 다 버려졌다.
한서연은 온몸을 떨며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강민호도 어느새 들어왔지만 서랍 속의 광경을 보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 필름도 얼마인지 계산해 봐. 합쳐서 금액을 말해주면 내가 하린이를 도와 함께 배상할게.”
한서연은 마침내 폭발했다.
“배상할 수 있겠어? 하 씨는 이 필름들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고쳐도 오빠도 몰라?”
강민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필름은 지금 이미 망가졌어. 네가 화를 내도 아무런 결과도 바꿀 수 없잖아? 하린이도 좋은 마음에 나를 도와 옷을 치우고 싶었을 뿐이야. 실수로 커피를 쏟은 건 그냥 사고일 뿐이야.”
“사고면 깨끗이 밀어버리면 돼? 차를 몰다가 사고로 사람을 지어 죽였는데 잘못했다는 한마디면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는 거야?”
“한서면!”
강민호의 말투는 엄해졌다.
“너 이렇게 소란 피우지 마. 필름과 사람의 목숨이 같을 수 있어? 사진이 없으면 다시 찍으면 되는데 뭐가 이렇게
심각해?”
전화에서 선생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한서연, 너 괜찮아?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야?!”
한서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선생님 제 필름은… 당분간 드릴 수 없어요. 제가 최근에 기회를 봐서 다시 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그래, 서두를 필요 없어. 비자를 잘 처리하려면 보름이 걸려.‘
강민호는 키워드를 포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