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는 키워드를 포착했다.
“비자? 출국해?”
제도화
한서연은 전화를 끊고 나서 마음을 가라앉힌 후 묵묵히 아수라장이 된 바닥을 정리했다.
“선생님의 비자가 만료되었는데 나이가 많아서 왔다 갔다 하는 게 힘들어. 그래서 나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어.
강민호는 의심했다.
“지성우 선생님의 딸이 국내에 있지 않아? 왜 자기 딸에게 하라고 하지 않아?”
한서연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아니면 오빠가 선생님의 딸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볼래?”
“내가 그렇게 한가해?”
“그럼 그렇게 많은 걸 묻지 마.‘
11
한서연은 밤새 침실을 치웠다.
백하린이 더럽히고 헝글어 놓은 옷과 신발들은 가져갈 생각이 없어 아예 모두 먼저 옷장 구석에 쌓아 두었다.
필름은 몇 개 건져냈지만 물에 젖었기 때문에 이미 심각하게 왜곡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많은 화장품은 대부분 액체로 된 건 거의 모두 흘러나왔고, 분말로 된 것은 모두 물에 젖었으니 또한 모두 버려야 했다.
[오늘은 경고일 뿐이에요.]
벽하린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2분 동안 머물러 있던 문자는 다시 철회되었다.
이렇게 하면 한서연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증거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번 일을 거쳐 한서연도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문자를 받은 순간 그녀는 화면을 캡처했다.
그녀는 쌀쌀하게 웃으며 백하린에 캡처한 스크린숏을 보냈다.
이번에 맥하린은 오랫동안 아무 대답이 없었다.
한서연은 정말 웃고 싶었다.
그녀의 계략이 거듭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본데 자신이 어떻게 조금도 대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빽하도 그녀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
백하린은 약 10분이 지나서야 답장을 했다.
[무슨 뜻이에요?]
[재미없어요. 경고일 뿐이에요.]
이 문자를 보낸 후 그녀는 휴대폰을 깼다.
그녀가 철회하든 안 하든 상관없다.
그녀도 강민호가 보고 어떻게 될지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떠나기로 마음먹은 날부터 그녀는 더는 그에게 어떤 기대도 품지 말았어야 했다.
아침밥을 먹을 때 미숙는 그녀의 안색이 안 좋은 것을 보고 친절하게 물었다.
“서연아, 너 밤새 자지 않았어? 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아?”
한서연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잘 자지 못했지만 괜찮아요. 며칠 쉬면 돼요.”
면미숙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너 요즘 건강 잘 챙겨. 민호의 결혼식 때 너도 바빠질 거야.”
한서연은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 결혼식 날짜가 정해졌어요?”
“맞아, 바로 다음 주말이야. 민호가 너한테 말 안 했어? 이 자식 예전에는 별거 아닌 일도 꼭 가서 너한테 말하려고 하더니, 지금 결혼처럼 이렇게 큰밀도 말을 안 해? 참
‘다음 주말이라.‘
한서연은 달력을 한 번 보았다.
그날은 마침 그녀가 떠나는 날이다.
이때 강민호와 백하린이 침실에서 나왔다.
백하린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생긋 웃으며 한서연에게 인사를 했다.
“서연 씨, 나랑 민호 씨가 의논해 봤는데 우리의 결혼식 때 서연 씨가 메인 사진작가로 나서줘요. 나 좀 예쁘게 찍어줘요.”
한서연은 직접 거절했다.
“그날 저는 일이 있어서 갈 수 없어요.”
백하린은 입술을 삐죽하며 말했다.
“아직도 어제 일 때문에 화난 거예요? 내가 사과할게요. 미안해요.. 서연 씨 아직도 화가 안 풀리면…. 내가 무릎 꿇고 사과할게요__”
말하면서 그녀는 몸을 낮추어 무릎을 꿇으려 했다.
강민호는 황급히 백하린을 끌어올렸다.
“네가 무릎을 꿇을 정도는 아니야.”
민미숙은 상황을 보고 말을 거들었다.
“하린아, 그럴 필요가 없어. 서연이는 평소에 필름을 가장 소중히 여겨. 그러니 분명히 좀 화가 날 거야. 그러나 무릎을
꿀을 정도는 아니야.”
백하린은 억울한 척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