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기뻐했다.
“너희들 마침 잘 왔어.”
그는 재료를 받아 부엌으로 들고 가며 한서연에게 웃으며 말했다.
“마침 네 오빠도 왔어. 모처럼 모여서 식사하니 좋네.”
신승현은 저도 모르게 그녀를 쳐다봤다.
“좋아요.”
한서연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웃으며 대답한 후 주방으로 가서 재료 손질을 도우며 모든 준비가
끝나고 나서야 식탁으로 향했다.
이때 신승현과 강민호는 이미 서로를 공기처럼 여기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식탁 위에는 휘귀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지만 그 주변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매우 조용했고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신승현이 공용 젓가락으로 냄비에 야채를 넣는 소리가 국물이 끓어오르는 소리보다 더 컸다.
한서연은 강민호를 피하려고 일부러 신승현과 지성우 사이에 앉았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마침 그와 마주 보고 앉아 있음을
발견했다.
강민호는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갑자기 정중한 태도로 지성우와 말했다.
“선생님, 서연이가 외국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네요. 일과 생활 모두 순조로웠나요?”
그는 직접 한서연에게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그녀 앞에서 돌리 말했다.
지성우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생선을 한 입 집어 먹으며 회억했다.
“서연이는 모든 게 다 좋았어요. 서민이와 함께 일해본 사람은 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 저의 친구들도 제가 이렇게 훌륭한 제자를 가르쳤다고 운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서연이가 폐를 끼치지 않았어요?!!
지성우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물론 아니죠. 서연이랑 승현이 가끔 날 보러 와주지 않았다면 난 얼마나 지루했을지 몰라요. 11
그는 말하면서 나란히 앉아 있는 한서연과 신승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강민호 씨, 이분은 신승현이고 저의 학생이기도 하죠. 서연이 이미 소개를 했으니 다른 말을 하지 않을게요. 이 두 사람은 제가 가르친 학생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제자예요. 제 말은 차라리..”
강민호라는 ‘어른‘ 앞에서 이 두 사람을 엮어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그러나 강민호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중하고도 단호하게 그의 말을 잘랐다.
“선생님의 뜻은 알겠지만 저는 이 두 사람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지성우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강민호는 신승현을 흘끗 보며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
“저는 온 김에 서민이랑 상의할 일도 있어요. 이미 서연이 남편이 될 사람을 정했거든요.”
“그래요? 하지만 전 서연이한테서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 없는데…”
지성우는 걱정이 되어 한 마디 더 물었다.
“그 사람은 누구예요? 제가 아는 사람인가요?”
“네, 아는 사람이에요.”
“그 사람은 어떤 분이죠?”
강민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 사람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편이라 서연이가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어요. 외부 평판도 꽤 좋고 서민이를 매우 좋아해요…”
한서연은 그가 말하는 약혼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던지라 더는 참을 수 없어 말을 끊었다.
“그만해!”
이 말에 모두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성우는 평소 온화하던 한서연이 갑자기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며 그제야 이상함을 느끼고는 한서연과 강민호를 번갈아 보며 두 남매 사이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의심했다.
한서연은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미안해, 단 돈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어. 지금 밀을 즐겁게 하고 있고 월급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에 충분해. 그러니 오빠가 걱정 안해도 돼.”
강민호는 어둑한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널 걱정하지 않으면 누가 널 챙겨주겠어???
“난 이미 어른이니까 내 인생을 책임질 수 있어. 다른 사람이 날 책임지거나 챙겨줄 필요 없어!”
제16화
“네가 어른이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나의 곁에서 자란 아이야, 부모님도 돌아갔으니 당연히 내가 널 지켜주며 아무
사람에게 속아 넘어가게 놔둘 수 없어.”
강민호도 화가 나서 쌀쌀한 눈빛으로 신승현을 바라봤다.
한서연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아예 나서서 말했다.
“난 오빠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승현 선배와 사귀는 게 아니야. 난 선배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선배와 함께
있으면서 편하고 행복했어….
“내가 안 된다고 했으면 안 되는 거야!”
강민호도 격분해서 그녀의 말을 끊어버리며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테이블 위에 내리쳤다.
“한서면, 나랑 집에 가자.”
지성무의 체면을 생각하며 참으려고 했지만 더는 참을 수 없어 그녀는 벌떡 일어섰다.
“여긴 강씨 가문이 아니야! 오빠가 위세를 부린다고 해서 오빠 칼을 들어줄 곳이 아니라고!”
“한서면, 난 네가 속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
“나를 챙겨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럼 말해봐! 무슨 자격으로 나를 챙기는 거야? 조금 아는 낯선 사람? 아니면 그냥….
오빠라는 신분이야?”
그녀는 오빠라는 단어에 힘주어 말했다.
강민호는 딜레마에 빠졌다. 만약 오빠라는 신분을 인정한다면 앞으로 그녀와 영원히 가능성이 없이 그저 남매로만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녀의 결혼에 간섭할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팽팽해졌다.
지성우는 그들이 한서연의 감정 문제로 다투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아차리고 신승현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이며 말리려고
했다.
“그만 하세요. 강민호 씨, 좋은 사람이 있어도 너무 서두르지 말고 서연의 생각을 들은 후에 다시 얘기하세요.”
“안돼요. 이건 의논할 여지가 없어요.”
강민호는 단호했다.
한서연은 지성우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외투를 집어 들고 사과했다.
“미안해요. 맛있게 먹으려 했는데 저 때문에 분위기가 망가졌네요. 천천히 드세요. 저는 먼저 돌아갈게요.”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밖으로 나가며 신승현더러 지성우와 함께 있으라고 말했다.
“서연아, 너 거기서!”
한서연은 못 들은 척 더 빨리 걸었다.
강민호는 그녀가 이 구역을 떠나려 하자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가 그녀의 팔을 잡고 체면을 내려놓으며 사정했다.
“서연아! 내 말을 들어봐.”
“강민호! 내가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어? 오빠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지만 난 듣고 싶지 않아!”
두 사람의 말다툼은 강민호가 그녀를 억지로 길가에 세워진 시에 태워서야 끝났다. 그는 그녀를 조수석에 태운 후 문을 잠갔다.
한서연은 그를 무시하고 싶어도 좁은 공간에 함께 있어야 했다.
“이미 분위기를 망쳤으면서 이제 또 뭘 하려는 거야?”
그녀는 화가 나서 눈가가 묽어졌고 목소리마저 떨렸다.
“여긴 외국이야. 오빠의 방식은 통하지 않아. 날 내보내지 않으면 불법 감금으로 신고할 거야.
강민호의 말은 그의 태도만큼 단호하지 않았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한서연이 들어본 적 없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내가 이렇게 한 건 단지 한 가지 일을 알려주고 싶어서야. 네가 떠난 후에야 난 여태껏 널 좋아했다는 걸
깨달았어. 네가 누구를 좋아하든 난 다 동의하지 않을 거야. 너와 평생을 함께할 사람은 나뿐이야.”
그는 마침내 그녀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고백조차도 명령하는 것 같았다.
한서연은 그저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비웃으며 말했다.
“오빠, 혹시 사람 잘못 찾은 거 아니야? 이런 말은 나에게 하는 게 아니라 백하린에게 해야 해.”
강민호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끼며 콧등을 긁었다.
“제발 그 여자 얘기는 그만해줄래?”
“안돼.”
한서연은 일부러 그 이름을 부르며 쐐기를 박았다.
“오빠, 난 이미 백하린을 새언니로 받아들였어. 난 두 사람이 백년해로하고 빨리 아이를 낳기를 기도하고 있어. 오빠는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
“그만해..
“아니면 오빠 새언니랑 싸웠어?”
말끝마다 오빠라고 부르는 그녀를 보며 강민호는 머리가 아팠고 가슴도 답답해졌다.
그녀더러 더는 이렇게 부르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해 그저 화를 낼 뿐이다.
“너..”
반박하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조수석에 앉아 있던 한서연이 기회를 노려 갑자기 창문을 힘껏 두드리며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마침 거리를 순찰하던 경찰이 지나가다가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고는 주변을 살피다가 그들을 발견하고 바로 다가왔다.
강민호는 그제야 한서연이 단순히 협박하는 것이 아니라 말한 대로 했음을 알아차렸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경찰은 진지한 표정으로 운천석 창문을 두드렸다.
“저기요, 차에서 내려 주세요!”
강민호는 어쩔 수 없이 차 문을 열고 한서연과 함께 경찰의 질문에 설명하려 했다.
“경사님, 오해입니다. 저희는 아는 사이에요.”
그는 한서연과 더는 남매로 남고 싶지 않았지만, 이 태도는 경찰의 의심을 샀다.
경찰은 그를 자세히 훑어본 후 한서연에게 물었다.
“정말이에요?”
한서연은 냉정하게 말했다.
“그냥 혈연 관계없는 오파일 뿐이에요.”
제17화
강민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술을 실룩거리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경찰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많았다.
한서연은 무덤덤하게 옆에 서서 경찰이 강민호를 데려가는 것을 보며 더는 자신을 괴롭히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신승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나를 데리러 올 수 있어요?”
“어디야? 지금 바로 갈게.”
신승현은 이유를 묻지 않고 제일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한서연은 길가에 홀로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은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처럼 너무나도 허약하고 연약해 보였다.
신승현이 다가오자 한서연은 낮은 소리로 물었다.
“선생님은 괜찮으세요?”
“괜찮아. 그저 혼란스러울 뿐인데 내가 이미 잘 설명드렸어. 걱정하지 마.”
신승현이 위로하자 한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대답했다.
신승현은 말을 꺼내려다가 주춤하며 그녀가 왜 더 슬퍼졌는지 묻지 않았다. 한서연과 함께 집에 돌아온 후 그는 따뜻한 차를 건네주고 나서야 걱정스러워 말했다.
“네 오빠는… 후회하는 게 아니야?”
그는 그저 부드러운 성격을 가졌을 뿐이지 결코 둔하고 어리석지 않았다. 보통 남매사이에서 여동생의 감정 문제로 이렇게까지 다투지는 않을 것이다.
한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전 후회하지 않아요.”
그녀는 단호한 눈빛으로 신승현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저와 그 사람은 남매거나 낯선 사람, 이 두 가지 선택만 남았어요. 그 사람이 어떻게 선택하는가에 달렸어요.”
과거는 과거일 뿐, 그녀는 새로운 시작을 원했다.
강민호는 경찰서에서 반나절 넘게 심문받았고 비서가 증거를 제공해서야 다시 자유를 되찾아 밖의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비서는 그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알아채고 이 모든 일을 마친 후 스스로 존재감을 낮췄다.
하필이면 이 대목에 백하린이 찾아와 그를 보자마자 눈물을 글셈이며 달리들었다.
민호 씨, 절 도와주세요. 저는 그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어 어킬 수 없이 외국으로 숨었는데 그들이 여기까지 찾아올 줄 몰랐어요.”
그녀는 마치 강민호가 도와주지 않으면 더는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애처롭게 말했다.
강민호는 이제야 그녀의 본성을 간파하고 지친 듯 물었다.
“얼마를 원해?”
벽하린은 기뻐하며 숫자를 말하려고 했는데 마침 강민호가 휴대폰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후 그의 표정은 마치 죽은 사람을 쳐다보는 것처럼 어둡게 변했다.
“민호 씨, 왜 그래요?”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며 조심스럽게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강민호는 차갑게 웃었다.
“전에 서연에게 문자를 보낼 때도 이런 표정이었어?”
말이 나오게
이 말이 나오자 백하린은 멍해져 당황하고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무슨 문자요? 서면 씨는 실종됐잖아요? 제가 어찌 서면 씨와 연락할 수 있겠어요….?
그럴 수 없어. 한서면은 이미 강민호를 단념했을 거야.‘
강민호는 더는 말하지 않고 손을 들어 휴대폰 화면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조금 전, 국내에서 고용한 사설 탐정이 새로운 진전을 보고하며 휴대폰에서 복구된 데이터를 전송해왔다.
백하린은 자신이 한서연에게 보낸 도발적인 문자를 보고 잠시 당황했지만 곧 이를 악물고 말했다.
“민호 씨, 이건 제가 보낸 게 아니에요. 누군가 나를 모함하려고 일부러 이런 짓을 꾸민 거예요. 맞아요. 아마 한서연이 한 짓일 거예요. 개는 항상 저를 싫어했어요… F
“9%!”
강민호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주변은 쥐죽은 듯 고요해졌고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강민호가 휴대폰을 들고 있는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는 백하린을 내려다보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물었다.
“네가 서연이를 외국으로 내쫓았어?”
과거에 무시했던 단서들이 이 순간 하나로 연결되며 진실이 드러났다.
벽하린은 태도가 180도 바뀐 강민호가 두려웠지만 여전히 이 돈줄을 놓지 못하고 목소리를 낮춰 애교를 부렸다.
“민호 씨, 저는 항상 서연이를 아꼈는데 어찌 괴롭힐 수 있겠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져 더는 들리지 않았다. 백하린이 잇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 가문 강민호의 얼굴을 마주 보며 더는 말을
이번 일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
강민호는 머릿속에서 웜웜 소리가 나는 걸 느끼며 분노와 후회가 극치에 달했지만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벽히린을 더는 쳐다보기도 싫어 그는 냉담하게 한마디 던졌다.
“서연이가 나의 한계라고 말했었지? 넌 나와 연기만 하면 됐어 하지만 연기하는 목적도 서연이가 자기 마음을 알고 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하기 위해서지 상처를 주면 절대 안 돼 넌 이젠 가봐도 돼.”
백하린은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그녀는 강민호의 옷자락을 잡으라 했지만 그가 피하자 허공에 손을 멈춘 채
울먹이며 변명했다.
“난 정말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