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아, 네가 남겨둔 사진들 다 봤어..”
강민호가 말했다.
한서연의 표정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그저 가볍게 알았다고 대꾸했다.
“하지만 몇 장은 백하린이 망가뜨렸어.”
“그러겠지. 오빠의 아내니까 오빠 물건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어.”
한서연이 말했다.
“백하린은 내 아내가 아니야!”
강민호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서둘러 설명했다.
“서연아, 나는 백하린과 결혼하지 않았어. 네가 사라진 걸 알고 결혼식을 중단했어. 며칠 동안 네가 어디 있는지 찾아다녔어. 네가 기부한 옷을 입고 자살한 소녀도 있었는데, 나는 네가 이미…”
한서면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오빠, 제발 날 놓아줘. 아파!”
“다시는 오빠라고 부르지 마!”
한서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그럼 강민호 씨라고 부르면 돼???
강민호는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한서면!”
한서연은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던 그의 손을 천천히 떼어낸 후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신승현 옆에 섰다.
“아까 소개를 다 못 했네. 오빠, 이쪽은 나의 남자친구 신승현이야.”
한서연이 말했다.
신승현은 약간 놀랐다. 하지만 더 놀란 건 강민호였다.
“그 사람을 안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남자친구라고 하는 거야? 한서연, 스스로 자신을 놀리지 마!”
“오빠, 오래 알고 지낸다고 관계가 더 돈독한 건 아니야.”
그녀는 무언가를 비꼬마 말했다.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할 리 없었던 강민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자신을 진정시켰다.
‘서연아, 우리 제대로 이야기해볼 수 있을까?”
“오빠, 우리는 이제 할 얘기가 없어.‘
“새언니가 아직도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나는 밀리언에서 잘 지내고 있고 함께 일할 사람도 있어. 오랫동안 날 돌봐줘서 고마워, 나중에 꼭 오빠와 강씨 가문에 보답할 거야.”
“내가 원하는 건 네가 보답하는 게 아니야!”
“그럼 뭘 원하는데?”
을 원했지만
강민호는 목이 메었다. 그는 한서인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 보며 차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오빠, 그만 돌아가 봐. 이미 한 여자를 저버렸으니 또 다른 여자도 저버리지 마.”
‘백하린은 내 여자가 아니야. 서연아, 나에게 10분 시간을 줄래? 내가 설명할게.”
“난 남자친구와 할 일이 있어. 다음에 다시 얘기해.”
한서연이 신승현의 손을 살짝 잡아당기자 그는 그녀의 뒤를 따라 떠났다.
멀리 걸어 나간 후 신승현이 그녀에게 말했다.
“네 오빠는 아직도 서 있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어.”
‘그럼 보지 마세요. 저랑 다른 가구 보러 가요.”
“정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정말 쓸쓸해 보여”
한서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빠는 갓 결혼했어요. 꿈에 아내를 안고 있는데 어찌 쓸쓸할 수 있겠어요.”
오후 내내 신승현은 그녀와 함께 쇼핑몰을 돌아다녔다.
한서연 많은 물건을 샀다. 그녀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피규어, 그림, 그리고 신승현보다도 더 큰 거대한 곰 인형까지.
그가 그 큰 곰 인형을 들고 쇼핑몰을 지나갈 때 모두가 그를 쳐다보았다.
신승현은 조금 부끄러워하며 한서인에게 물었다.
“내가 이상해 보여?”
한서연은 대답하지 않자 지나가던 두 여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여자친구를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아요.”
신승현은 얼굴이 확 달아올라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아니, 나는 더워서 그래. 정말이야, 이 곰 인형이 너무 따뜻해
한서연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쩌면 이렇게 순수하고 부드러운 남자친구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았다. 적어도 그녀는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매번 추측할 필요가 없었고 그는 행동으로 사랑한다고 증명할 것이니 말이다.
신승현이 그녀를 집에 데려다줬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혼자 사는 여자의 집에 들어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 신승현은 신사답게 문 앞에 물건들을 놓아두며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한서연이 그를 불렀다.
“밖에 서서 뭐해요? 들어오세요.
10 m저히 조심스러워했다.
“서연아, 오늘 네가 한 말… 진심이야?”
“무슨 말을요?”
“네가 내가 네 남자친구라고 한 말.
한서면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의 고백을 받아들이려고 했고 선배님의 용기도 좋아요. 하지만 아직은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고 그저 사귀며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만약 선배가 괜찮다면 우리 천천히 알아가 봐요”
신승현은 기뻐하며 말했다.
“정말?”
한서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는 또….
11
“무슨 생각 했어요?”
“네가 오빠와 다투려고 일부러 그런 말을 한 줄 알았어.”
한서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랬을지도 몰라요.”
“그럼 지금은?”
한서연은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은 정말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어요.”
“한서면, 너… 오빠를 좋아하지? 그렇지?”
신승현이 덧붙여 말했다.
“예전에는요.”
한세연은 그에게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