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한서연은 새벽까지 밖에 있다가 집에 돌아왔다.
떠나기로 마음먹은 것은 한순간의 일이지만 지난 20여 년의 감정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녀도 모든 걸 쉽게 내려놓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지 않았다.
자신이 후회할 것을 피하려고, 그녀는 이 보름 동안 가능한 한 김민호와의 만남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강씨네 별장에 돌아왔을 때 방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한서면은 불을 켜지 않고 지친 몸을 이끌고 자신의 침실로 걸어갔다.
그런데 거실에서 갑자기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서연 ”
그녀는 고개를 돌려 소파에 한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왜요? 백하린 씨.”
백하린은 검은색 레이스가 달린 탱크톱 스커트를 입고 스파의 팔걸이에 섹시하게 반쯤 기댄 채 미소를 짓고 말했다.
“이 잠옷은 민호 씨가 사준 것인데 예뻐요?”
그녀가 똑바로 앉자 앞가슴과 허리에 살짝 붉은 흔적이 드러났다.
그러나 검은색 레이스가 어우러져 더욱 섹시하고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손으로 목의 붉은 자국을 살짝 건드리더니 아픈 듯 나지막하게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달달한 목소리로 불평했다.
“서연 씨의 오빠는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눈은 별로인데 잠옷을 고르는 눈은 괜찮아요. 내가 이 잠옷을 입으니 아예 참지 못하더라고요.”
한서연은 계단의 높은 곳에 서서 차가운 눈으로 그녀의 연기를 바라보며 조롱하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백하린 씨, 냄새나니 그만하죠.”
“무슨 냄새요?”
“구린내요.”
백하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서연 씨 오빠는 제 향기를 좋아해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이 잠옷으로 갈아입게 하고 나서…”
‘말할 필요가 없어요. 듣고 싶지 않아요.”
“서연 씨가 듣고 싶든 아니든 그건 사실이에요. 민호 씨는 내 몸에 열광하는데 20여 년 동안의 감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남자는 침대에서 힘을 맞추는 것만 선호할 뿐이에요
한서연은 그녀와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아서 몸을 돌려 가비했다.
- “혼자 연기하고 있어요. 나는 하린 씨의 연기를 봐줄 시간이 없어요.”
하지만 백하린은 포기하지 않고 치마를 들고 쫓아왔다.
“그렇게 멀리 서 있으면 서연 씨 오빠가 내 몸에 남긴 흔적을 똑똑히 볼 수 없지 않아요? 한서연 씨, 가지 말고, 자, 똑똑히
봐요…”
말하는 사이에 벽하린은 이미 쫓아와 그녀의 말을 잡았다.
한서연은 위장으로부터 메스꺼움이 솟구치는 것만 느껴 자기도 모르게 팔을 탔다.
“나를 건드리지 말아요!”
멀지 않은 곳에서 강민호가 침실에서 나와 한마디 물었다.
“이렇게 늦었는데 두 사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어???
한서연이 말을 하려는데 백하린이 그녀를 향해 교활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모든 것이 공포로 변했다.
“막.
11
벽하린은 계단에서 떨어졌다.
“백하린!”
강민호는 손에 든 우유컵을 내려놓고 순식간에 달려들어 백하림을 품에 꼭 안았다.
“괜찮아?”
백하린은 허약하게 그의 품에 누워 나약하게 말했다.
“나는 괜찮아요. 서연 씨를 탓하지 말아요. 고의로 그런 게 아닐 거예요.”
고개를 들어 한서연을 보는 강민호의 눈빛에는 실망이 가득하였다.
“한서연, 네가 백하린에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계단에서 믿어서는 안 돼! 이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다시 백하린을 바라볼 때 그의 말투는 또 사랑과 동정으로 가득 찼다.
그는 몸을 숙여 그녀를 가볍게 안았다.
“우리 방으로 돌아가자. 네가 다쳤는지 자세히 봐야겠어.”
백하린은 얼굴이 붉어졌다.
“앞으로 우리 서연 씨 앞에서 이렇게 다정하게 있지 말아요. 여동생이 오빠에게 소유욕이 있는 것은 정상이에요. 전에 민호씨가 서연 씨에게만 사랑을 부었는데 지금은 내가 나타났으니 한동안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예요. 우리 서연 씨 대신 많이 생각하고 적응할 시간을 좀 더 줘야 할 것 같아요.”
강민호가 차갑게 대답했다.
“조만간 적응해야 해…
그는 하린을 듬직하게 안고 침실로 돌아갔고, 백하린은 그의 품에서 고개를 돌려 한서연을 향해 승리 손짓을 했다.
한서민은 갑자기 이 세상이 그녀가 모르는 모습으로 변한 것 같다고 느꼈다.
박하린의 출현은 그녀의 세계를 산산조각냈다.
그녀는 왜 강민호가 백하린 같은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설마 정말 백하린이 말한 것처럼 감정과 욕망 사이에서 세속적인 자극을 선택했다는 말인가?
한서연은 정말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도 이해하고 싶지 않다.
다음 날 아침, 한서연은 잡지사에 다녀왔다.
그녀는 이곳에서 3년 동안 칼럼니스트로 말했고, 동료들과 사이가 매우 좋았다.
편집장은 그녀의 사직서를 받았을 때 의외라고 생각했다.
“월급 때문이야? 네가 직접 제기해도 돼. 내가 사장님에게 가서 말할게.”
한서연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편집장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월급 때문은 아니에요.”
“그럼 왜?”
“다른 인생 계획이 생겼어요”
편집장은 듣자마자 알아차리고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강민호에게 시집가 사모님이 되려는 거지? 좋아. 지난 몇 년 동안 강민호 씨가 매일 서연 씨를 픽업했잖아. 비바람도 막지 못하니 확실히 너를 마음속에 두고 있는 거야. 네가 그런 사람에게 시집간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 그럼 나도 너를 막지 않을 거야.”
한서연은 일 마디를 듣고 해명하려고 했다.
강민호는 결혼하지만 신부는 그녀가 아니다.
그러나 편집장의 말을 들은 그녀는 설명할 의욕을 잃었다.
그녀, 강민호, 그리고 백하린 세 사람 사이의 갈등은 너무 복잡해서 한두 마디 분명하게 말할 수 없다.
지금 그녀는 단지 인수인계를 빨리 끝내고 보름 후에 이 슬픈 곳을 떠나고 싶을 뿐이다.
“참, 한서연 씨 결혼식은 어느 날로 정했어? 꼭 나에게 청첩장을 보내. 내가 두 사람의 결혼 축하주 마시러 갈게.‘
한서연은 어색하게 웃었다.
마침 이때 프런트의 김지우는 신이 나서 문을 두드리고 머리를 내밀더니 들어왔다.
“서연 언니, 언니 남자친구가 또 데리러 왔어요. 헤헤, 오늘 깜 이벤트가 있어요!”
제3화
한서연이 잡지사 대문을 나서자 강민호가 그의 검은색 클리넌 옆에 기대어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조금 다가가서야 김지우가 말한 ‘서프라이즈‘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았다.
검은 차 안에는 온통 새빨간 장미꽃이 들어 있었다.
조수석 자리를 제외한 뒷좌석, 트렁크에도 장미꽃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회사에서 평소에 사이가 좋은 및 명의 여자 동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들은 모두 회사 입구의 팻말 뒤에 숨어서 몰래 이쪽을 보다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이전에 강민호가 그녀를 데리러 왔을 때도 늘 그녀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가지고 왔다.
작은 케이크, 밀크티 또는 그녀가 좋아하는 다양한 간식 등 말이다.
동료들은 많이 보았지만, 매번 이렇게 그녀를 야유했다.
“서면 씨의 남자친구가 올 때마다 회사 전체에 맛있는 걸 돌리다. 우리 모두 서면 씨 덕을 보네요.”
한서연은 그동안 묵인하며 동료들에게 농담하고 웃어넘긴 뒤 강민호가 가져온 음식을 나눠줬다.
지금, 아마 모두 그의 차 만의 그 장미꽃들을 나눠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입을 열어 불렀다.
강민호
강민호는 고개를 들었지만 얼굴색이 별로 좋지 않았고 태도는 여전히 차가웠다.
“앞으로 직접 내 이름을 부르지 말고 오빠라고 불러.”
한서연은 멍해졌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오빠.
“어젯밤에 내가 너무 심하게 말했는데 마음에 두지 마.”
“그래.‘
“하지만 너는 이미 어린아이가 아니야. 한 사람을 계단에서 밀어 내리는 이런 위험한 일은 앞으로 하지 마.”
믿을 수 없이 고개를 든 그녀는 화가 나서 웃어 버렸다.
“그래서 오빠가 오늘 나를 찾아온 것이 죄를 묻기 위해서야?”
강민호의 표정이 한껏 어두워졌다.
“아직도 잘못을 모르는 거야?”
“강민호, 너는 나를 만지 20여 년이 되었어. 내가 정말 하린 씨를 해치려 해도 자기 집에서 이렇게 어리석은 일을 할 정도는 아니지 않아?”
한서연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지만 순간 후회했다.
어차피 그녀는 떠날 것인데 아무리 설명을 많이 해도 소용없다
“됐어, 그만 가. 내가 출근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고.”
한서연이 회사 앞으로 돌아왔을 때 방금 장난을 치던 동료들도 그들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듯 관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싸웠어요
“서연 언니, 싸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