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바빴으니 우리 일찍 쉬어요.”
말하면서 그녀는 코트의 단추를 풀고 안에 있는 핑크 레이스를 드러내며 소리 없이 매력을 어필하려 했다.
제9화
그러나 이 행동에 강민호는 순간 폭발해 버렸다.
“내가 멀리 떨어지라고 했잖아. 못 알아듣는 거야?”
그가 갑자기 자신의 팔을 백혜린의 품에서 빼내지 백하린은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
“민호 씨, 민호 씨가 조급해하는 건 알겠지만 서민 씨는 이제 성인이니 괜찮을 거예요.‘
한서연을 언급하지 않았으면 그나마 괜찮을 텐데 하필 한서연을 언급하자 강민호의 온몸에 차가운 기운이 뒤덮였다.
마침 이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강민호가 전화를 받지 전화기 너머로 무슨 말을 했는지 그는 갑자기 화를 버럭 내며 말했다.
“찾지 못한다니, 다시 찾아! 어떻게 사람을 잃어버릴 수 있어? 만약 한서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너희들 다 각모하고 있어.”
전화를 끊었지만 강민호의 얼굴에는 여전히 폭풍이 불고 있었다.
Ear
공교롭게도 그 또 한 통의 전화가 들어왔다.
강민호는 이번에 바로 받지 않고 휴대폰 화면의 번호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백하린은 그의 표정이 당황한 것 같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휴대폰을 든 손까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더니 전화를 받은 그의 목소리도 조금 떨렸다.
다양 형사님, 저기.. 찾았어요?”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지며 강민호는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멍해졌다.
다행히 휴대폰의 품질이 좋아서 별문제가 없었고, 떨어지면서 스피커 핸드폰까지 켜졌다.
양 형사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
“우리는 확실히 동쪽 교외의 저수지에서 여자 시체 한 구를 발견했어요. 나이와 옷을 보면 한서연 씨일 확률이 높아요…”
백하린도 어리둥절하게 들었다.
한서연이 죽었어? 자살했다고? 그렇게 강민호를 사랑했던 거야? 강민호의 결혼 당일 자살할 만큼??
그러나 곧 백하린은 다른 일을 생각했다.
강민호는 한서연에 대한 감정이 깊다. 만약 한서연이 정말 이 일로 죽는다면 그는 틀림없이 자신에게 화낼 것이다. 그리고 한서연은 그의 마음속의 영원히 담을 수 없는 여신이 될 것이다.
아무도 이길 수 없고,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죽은 여신의 위력을 누구도 흔들 수 없다.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녀가 죽으면 강민호는 자기 혼자의 것이 되고, 아무도 더는 그녀와 빼앗지 않을 것이다.
백하린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지만 지금은 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허벅지를 힘껏 꼬집어 억지로 눈물을 짜냈다.
그녀는 흐느껴 울며 입을 가린 채 울먹이며 말했다.
“서연 씨!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해결할 수 없는 게 뭐가 있다고 이 새언니한테 말했으면 내가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입 닥쳐!”
강민호는 화를 내며 말했다.
“누가 요
“누가 너에게 그 사람이 서연이라고 했어?”
하린은 그의 고함에 감히 울지조차 못했다.
“방금 양 형사가 말했잖아요.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해서 반드시 그렇지는 않아! 서연이는 강한 여자야. 죽음을 자초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면서 강민호는 일어나서 곧 외출하려고 했다.
백하린은 입술을 깨문 채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붙잡았다.
“어디가요? 오늘 밤은 우리 신혼 밤이잖아요. 독수공방하게 할 거예요?”